김장김치가 묵직한 깊이를 자랑한다면, 쪽파김치는 그야말로 향긋한 봄날 같은 김치입니다. 매콤하면서도 알싸한 맛이 살아 있고, 입맛 없을 때 밥 한 그릇을 부르는 매력이 있어서 요즘처럼 기온이 오르락내리락할 때 자주 찾게 되지요. 하지만 쪽파는 특성상 숨이 금방 죽고 물러지기 쉬워서, 보관법을 잘 모르면 금방 맛이 변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오늘은 쪽파김치를 오래 보관하면서도 맛있게 즐기기 위한 방법을 소개해보려고 합니다.
쪽파김치의 가장 큰 변수는 수분입니다. 김치를 담글 때 양념이 너무 묽거나 물기가 많으면 숙성이 빠르게 진행되면서 쉽게 시어버리기 때문입니다. 처음부터 양념을 되직하게, 물기 없이 버무리는 것이 중요하고요, 쪽파 자체의 수분도 되도록이면 제거한 상태에서 양념에 넣는 것이 좋습니다. 쪽파를 씻은 뒤엔 체에 밭쳐서 30분 이상 물기를 빼주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보관 용기는 유리나 스테인리스처럼 산에 강하고 밀폐가 잘 되는 용기를 사용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플라스틱 통은 장기간 사용할 경우 냄새가 배기도 하고, 재료에 따라 맛이 변질될 수 있어요. 용기 안에 김치를 너무 가득 채우지 말고, 위쪽에 3-5센티 정도 여유 공간을 남겨두는 것도 중요합니다. 김치가 익으면서 가스가 발생하기 때문에 공간이 없으면 뚜껑이 부풀거나 넘칠 수 있거든요.
쪽파김치는 되도록 김치냉장고처럼 온도가 일정하고 낮은 곳에서 보관하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냉장고 안에서도 안쪽 깊숙한 자리가 온도 변화가 적기 때문에 장기 보관용 김치는 그런 자리를 활용해보세요. 보통 2-3주 정도 지나면 새콤한 맛이 올라오기 시작하고, 30-60일 정도까지는 쪽파 특유의 맛이 크게 무너지지 않고 유지되는 편입니다.
먹을 만큼만 소분해서 작은 용기에 옮겨 담아 사용하시면 자주 열고 닫는 불필요한 공기 노출을 줄일 수 있습니다. 김치는 공기 접촉이 많을수록 빨리 쉬기 때문에, 먹는 용기와 저장 용기를 따로 나누는 것도 좋은 팁입니다.
간혹 냉동 보관을 고민하시는 분들도 계신데, 쪽파김치는 식감이 중요한 김치라 냉동보다는 냉장 보관을 권장드립니다. 대신 오래 두었다가 맛이 조금 떨어진 김치는 살짝 볶아서 김치볶음밥이나 김치전으로 활용하면 마지막까지 알차게 드실 수 있습니다.
제철에 잘 담가둔 쪽파김치, 조금만 신경 쓰면 꽤 오래도록 향긋하게 즐기실 수 있어요. 기름기 많은 음식이나 고기 요리에 곁들이면 입안이 개운해지고, 밥맛도 확 살아나니까요. 맛있게 익어가는 쪽파김치 한 통이 냉장고 안에 있다는 건 그 자체로도 봄을 오래 담아두는 기분일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