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카서스라는 지명을 처음 들었을 땐, 어디쯤일지 막연하게만 느껴질 수 있어요. 하지만 이 지역을 조금만 들여다보면, 유럽과 아시아의 경계에서 수천 년을 버텨온 문화의 교차점이라는 사실에 놀라게 됩니다. 조지아, 아르메니아, 아제르바이잔이 중심이 되는 이곳은 풍경도 다채롭고, 역사도 꽤나 깊고 복잡합니다.
조지아는 코카서스 지역에서도 가장 여행자들에게 인기가 많은 나라 중 하나입니다. 수도 트빌리시는 유럽풍 도시 구조와 오랜 역사적 흔적이 공존하는 매력적인 도시예요. 구시가지의 구불구불한 골목길을 걷다 보면 중세 분위기의 성당과 유황온천이 나란히 자리하고 있고, 언덕 위에 우뚝 솟은 나리칼라 요새에서는 도시 전체가 한눈에 내려다보입니다.
조지아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곳은 ‘카즈베기’입니다. 이곳은 하늘을 찌를 듯한 산맥과 그 위에 세워진 게르게티 성삼위일체 교회가 장관을 이루는 풍경으로 유명하죠. 자연과 신앙이 한 장면에 어우러져 있는 이 모습은, 조지아의 정신을 상징한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아르메니아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기독교 국가입니다. 수도 예레반 근처의 게가르드 수도원과 가르니 신전은 각각 중세 기독교 문화와 고대 그리스-로마식 건축의 흔적을 간직하고 있어요. 특히 게가르드 수도원은 암벽을 파서 만든 구조라, 그 차분한 분위기와 독특한 울림이 깊은 인상을 남깁니다.
아제르바이잔은 완전히 다른 느낌이에요. ‘불의 나라’라는 별명답게, 불꽃을 숭배했던 조로아스터교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습니다. 수도 바쿠는 고대와 현대가 공존하는 도시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이체리셰헤르(구시가지)와 불꽃 타워가 상징처럼 도시의 과거와 미래를 이어주고 있어요.
코카서스 지역은 단순히 아름다운 경치만 있는 곳이 아닙니다. 유라시아의 중간 지점에서 수많은 문명과 종교가 교차한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아주 복합적인 땅이에요. 그래서 이곳을 여행하다 보면 어느 순간, 눈앞에 펼쳐진 풍경보다 그 아래에 숨겨진 이야기들에 더 마음이 가게 되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