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라니는 한국에서 비교적 흔하게 볼 수 있는 야생동물 중 하나입니다. 몸집은 작고, 귀엽게 생긴 얼굴과는 다르게 예민하고 민첩한 성격을 가지고 있어요. 사람 눈에 잘 띄지 않는 곳을 좋아해서 평소에는 존재감이 크지 않지만, 알고 보면 전국 곳곳에서 살아가는 모습이 포착됩니다.
고라니의 활동 시기는 주로 이른 아침과 해 질 무렵입니다. 야행성은 아니지만, 한낮에는 주로 숨거나 휴식을 취하기 때문에 해가 뜨기 직전이나 지기 직전에 움직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봄과 가을에는 활동량이 증가하는데, 번식과 먹이 활동이 활발해지는 계절이기 때문이에요. 겨울에는 비교적 조용히 지내는 편이지만, 눈이 오고 난 다음 날 발자국이 남은 걸 보면 그 조용함 속에도 부지런함이 숨어 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주요 서식지는 강가, 계곡, 논 주변, 낮은 야산 같은 곳입니다. 물이 가까이 있는 곳을 선호하고, 풀숲이나 덤불이 우거진 지역에서 잘 적응하며 살아갑니다. 특히 논두렁이나 하천 제방처럼 사람의 손길이 조금은 닿아 있지만 인적이 드문 공간을 좋아해요. 경기도, 강원도, 충청도 전역에 고르게 분포되어 있으며, 도심 외곽이나 교외 지역에서도 종종 모습을 드러냅니다.
고라니는 뿔이 없는 대신 송곳니처럼 길게 나온 이빨이 특징인데, 이는 수컷 고라니의 경쟁 행동과 관련이 있어요. 포식자로부터 도망치는 데 능하기 때문에 접근하려 해도 순식간에 풀숲으로 사라지곤 합니다. 고요한 자연 속에서 가끔 들리는 특유의 울음소리는 익숙해지면 계절을 알리는 자연의 소리처럼 느껴지기도 해요.
자연을 산책하거나 자전거를 타고 이동하다가 뜻밖에 고라니를 만나는 일은 그날 하루를 특별하게 만들어줍니다. 가까이 다가가지 않고 조용히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귀한 경험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