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지혈증 수치는 정상인데도 약을 권유받는 경우는 왜 생길까요?


고지혈증 이야기를 하다 보면 이런 상황이 종종 나옵니다. 검사 결과를 보면 수치는 정상 범위인데, 의사는 약을 권유합니다. 이러면 대부분 고개를 갸웃하게 됩니다. 정상이라면서 왜 약을 먹으라고 하지요, 이런 반응이 자연스럽습니다. 그런데 이 권유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습니다.

우선 고지혈증 관리는 숫자 하나만 보고 결정되는 문제가 아닙니다. 혈액검사에서 나오는 콜레스테롤 수치는 중요한 기준이긴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닙니다. 의사는 수치와 함께 나이, 성별, 혈압, 흡연 여부, 당뇨 여부, 가족력 같은 요소를 같이 봅니다. 쉽게 말해 지금 수치가 괜찮아 보여도, 앞으로 심혈관 질환이 생길 위험이 높다면 선제적으로 접근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특히 과거에 심근경색이나 협심증 같은 심혈관 질환을 겪은 적이 있거나, 당뇨가 있는 경우에는 기준이 달라집니다. 이런 사람들은 일반적인 정상 수치보다 훨씬 더 낮은 콜레스테롤 목표치를 적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검사표에는 정상으로 표시돼 있어도, 개인에게는 아직 높다고 판단될 수 있는 겁니다. 이 부분에서 환자와 의사 사이에 인식 차이가 생기기 쉽습니다.

또 하나는 콜레스테롤의 종류입니다. 총콜레스테롤만 정상이라고 안심하기는 어렵습니다. LDL 콜레스테롤이 상대적으로 높거나, 반대로 HDL 콜레스테롤이 낮은 경우에는 전체 수치가 정상이어도 위험 신호로 해석되기도 합니다. 수치가 평균값 안에 들어온다고 해서, 혈관 안 상황까지 안전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검사 시점의 문제도 있습니다.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는 식사, 체중 변화, 컨디션에 따라 어느 정도 흔들릴 수 있습니다. 지금은 정상으로 나왔지만, 이전 검사에서는 높았거나 오르내림이 반복됐다면 장기적인 흐름을 보고 약을 권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한 번의 결과보다 몇 년간의 추세가 더 중요하게 작용할 때도 많습니다.

유전적인 요인도 빼놓기 어렵습니다. 가족 중에 젊은 나이에 심혈관 질환을 앓은 사람이 있다면, 현재 수치와 상관없이 위험군으로 분류되기도 합니다. 이런 경우에는 식습관이나 운동만으로 관리하기에 한계가 있을 수 있어서, 예방 차원에서 약물 치료를 고려합니다. 이건 이미 문제가 생긴 뒤 치료하겠다는 개념보다는, 문제를 최대한 늦추겠다는 접근에 가깝습니다.

약을 권유받았다고 해서 반드시 바로 복용해야만 하는 건 아닙니다. 의사와 충분히 이야기를 나누고, 생활습관 개선을 먼저 시도해볼 수도 있습니다. 다만 약을 권하는 이유가 단순히 수치 하나 때문이 아니라, 전체적인 위험도를 보고 판단한 결과라는 점은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걸 알면 권유 자체가 조금은 다르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상황이 고지혈증 관리의 어려움을 잘 보여준다고 느낍니다. 증상도 없고, 수치도 괜찮아 보이는데 약을 먹으라니 받아들이기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고지혈증은 눈에 보이지 않는 시간 싸움에 가깝습니다. 지금 괜찮아 보이는 상태를 오래 유지하기 위해 미리 개입하는 선택이 될 수도 있습니다.

정리해보면 고지혈증 수치가 정상인데도 약을 권유받는 경우는, 현재 숫자보다 앞으로의 위험을 더 크게 보기 때문입니다. 개인의 건강 이력, 동반 질환, 가족력, 콜레스테롤 구성까지 종합적으로 판단한 결과일 가능성이 큽니다. 납득이 잘 안 될 때는 이유를 자세히 물어보고, 내 상황에 맞는 관리 방법을 함께 정리해보는 게 가장 현실적인 대응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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