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산개는 우리나라 토종 견종 중에서도 꽤나 독특한 성격을 가진 개입니다. 진돗개보다 조금 덜 알려져 있지만, 함경도 지방에서 키워지던 풍산개는 원래 늑대나 멧돼지 같은 야생동물을 상대하던 사냥개였기 때문에 체력도 좋고, 경계심도 강하며, 자존심도 센 편입니다. 그래서 귀엽고 순한 외모에 반해 입양을 고려하는 분들도 많은데, 키우다 보면 생각보다 까다로운 부분이 드러나기도 합니다.
일단 풍산개는 낯선 사람에 대한 경계심이 매우 강합니다. 외부 자극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경비견으로는 훌륭하지만 도심에서 키우기에는 다소 부담스러운 부분이 있어요. 산책 중 다른 사람이나 개를 만나면 흥분하거나 위협적인 반응을 보이는 경우도 있고, 낯선 환경에 쉽게 적응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독립심이 강해서, 보호자에게 무조건적으로 복종하는 성향은 아닙니다. 한 번 신뢰가 형성되면 충성심은 높지만, 그 신뢰를 얻기까지의 과정이 꽤 오래 걸릴 수도 있어요. 간식 한두 번 주고 말을 잘 듣는 타입이 아니라, 시간을 들여 유대감을 쌓아야 하는 스타일입니다. 초보자 입장에서는 이게 쉽지 않을 수 있죠.
또 하나 중요한 건 에너지 레벨입니다. 풍산개는 활동량이 매우 많은 편이라, 마당이 없는 집에서 하루 한두 번 짧은 산책으로는 절대 만족하지 않습니다. 활동량이 부족하면 스트레스가 쌓이고, 그게 문제행동으로 이어지기 쉽습니다. 실제로 가구를 물어뜯거나, 울타리를 뛰어넘는 사례도 적지 않아요.
단점만 이야기한 것 같지만, 사실 풍산개는 주인을 한 번 신뢰하게 되면 정말 충직하고 의젓한 반려견이 되기도 합니다. 단, 그만큼 훈련과 사회화가 잘 되어 있어야 가능하다는 조건이 따라붙어요. 경험이 많은 반려인이 계획을 가지고 접근하면 훌륭한 파트너가 될 수 있지만, 강아지를 처음 키우는 분들에게는 추천하기 어려운 견종인 건 사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