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름달은 매달 한 번씩 꼬박꼬박 뜨는데, 왜 개기월식은 그렇게 자주 보이지 않을까요? 사실 달력을 보면 1년에 12번 이상은 보름달이 찾아오는데, 개기월식은 많아야 1년에 두세 번 정도만 일어나요. 얼핏 보면 이상하게 느껴질 수도 있죠. 그런데 여기엔 천체의 움직임이 교묘하게 어긋나는 과학적인 이유가 있어요
우선, 보름달이란 태양 — 지구 — 달 순으로 일직선에 가깝게 놓였을 때 생기는 현상이에요. 달이 지구의 반대편에 위치하면서 태양빛을 정면으로 받기 때문에, 우리가 보는 달 전체가 환하게 빛나는 거죠. 이건 매달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현상이기 때문에 매달 보름달은 거의 어김없이 나타나요
그럼 월식은 왜 안 보일까요? 그건 바로 달의 궤도 때문이에요. 달은 지구를 돌고 있고, 지구는 태양을 도는데, 이 두 궤도가 정확히 같은 평면 위에 있는 게 아니에요. 달의 공전 궤도는 지구의 공전 궤도면(황도면)과 약 5도 정도 기울어져 있어요. 이게 핵심이에요
그 5도의 기울기 때문에 달이 보름달일 때도 대부분 지구 그림자의 위나 아래로 지나가요. 즉, 달이 지구의 그림자와 정확히 겹치지 않는다는 거예요. 그림자에 들어가야 월식이 생기는데, 그 그림자를 비껴가는 경우가 훨씬 많다 보니 대부분의 보름달은 그냥 환하게만 뜨고 아무 일도 없죠
하지만 아주 가끔, 달이 지구의 궤도면을 통과하는 지점인 ‘교점’ 근처에서 보름달이 될 때가 있어요. 이때는 태양, 지구, 달이 정말 거의 완벽하게 일직선에 놓이게 되고, 달이 지구의 그림자 속으로 쏙 들어가게 돼요. 이게 바로 개기월식이에요. 그래서 보름달마다 개기월식이 일어나는 게 아니라, 교점과 보름달의 타이밍이 딱 맞아떨어질 때만 볼 수 있는 거예요
이런 조건이 맞는 시점은 1년에 두세 번 정도밖에 없어요. 그래서 개기월식은 귀하고, 기다림이 필요한 자연의 이벤트가 되는 거죠. 또 하나 흥미로운 건, 월식은 지구 어디에서든 밤이라면 볼 수 있어서 일식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람이 함께 관찰할 수 있다는 점이에요
결국 보름달은 달의 주기적 움직임이 만들어내는 일상이지만, 개기월식은 정교한 타이밍이 맞아떨어졌을 때만 볼 수 있는 특별한 순간이에요. 달이 지구의 그림자 속에 잠시 몸을 숨기는 장면을 하늘에서 마주하는 건, 생각보다 훨씬 드문 일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