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지나고 난 뒤 도시는 이전과는 조금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기 시작했어요. 단순히 방역을 위한 변화가 아니라, 앞으로의 도시가 어떻게 사람 중심으로 다시 설계되어야 하는지를 묻는 계기가 된 거죠.
예전에는 도시가 밀집과 효율을 중심으로 성장했지만, 코로나를 겪으면서 그게 얼마나 위험한 구조인지 다들 느꼈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밀도’보다 ‘유연함’이 중요해졌어요. 하나의 공간이 여러 용도로 쓰일 수 있도록 설계하고, 갑작스러운 변화에도 대응할 수 있게 구조를 단순하게 만드는 거예요. 집이 일터가 되고, 카페가 사무실이 되고, 공원이 운동장이 되는 식으로요.
공간의 위생과 공기 흐름도 큰 화두가 됐습니다. 건축가들은 이제 단순히 예쁜 건물을 짓는 게 아니라, 사람이 오래 머물러도 건강에 영향을 주지 않게 만드는 걸 고민합니다. 환기 설비나 공기 순환 시스템, 창문 배치 같은 세부 설계가 중요해졌고, 손으로 만지는 부분은 최소화하려고 자동 제어나 비접촉 기술이 많이 쓰이고 있어요.
거리와 공원 같은 공공공간도 달라지고 있어요. 예전엔 차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사람 중심으로 설계 방향이 옮겨가고 있죠. 보도 폭을 넓히고, 도심 한복판에 야외 휴식 공간을 만들거나, 거리 자체를 유연하게 사용하는 방식이 늘고 있어요.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말이 사라져도, ‘너무 가깝지 않은 편안한 거리감’은 남았다고 볼 수 있어요.
결국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건축은 위기 대응형 구조가 아니라 회복력 있는 구조로 바뀌고 있습니다. 도시가 언제든 변화를 흡수할 수 있는 유연함, 사람이 안심하고 머물 수 있는 환경, 그리고 기술이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생활공간. 이게 이제 도시 설계의 새로운 표준이 되고 있는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