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플레이션은 물가가 전반적으로 떨어지는 현상을 말해요. 겉으로 보면 물가가 내리는 건 좋은 일 같지만, 실제 경제에서는 오히려 소비를 위축시키는 악순환을 만들어요. 그 이유는 사람들의 심리와 기업의 투자 행동, 그리고 부채 구조가 모두 영향을 받기 때문이에요.
먼저 심리적인 부분이에요. 물가가 계속 떨어지면 사람들은 ‘지금 사는 것보다 나중에 사는 게 더 싸겠지’라는 생각을 하게 돼요. 예를 들어 자동차나 가전제품처럼 값이 큰 상품일수록 이 심리가 강하게 작동하죠. 소비가 미뤄지면 기업의 매출이 줄고, 생산이 줄면서 고용이 위축돼요. 소득이 줄면 다시 소비가 더 줄어드는 순환이 생깁니다.
또 기업 입장에서도 디플레이션은 좋지 않아요. 제품 가격이 떨어지는데 인건비나 고정비용은 쉽게 줄일 수 없으니까, 이익률이 악화돼요. 그러면 신규 투자나 고용을 줄이게 되고, 경제 전반이 움츠러듭니다. 장기적으로는 생산성 향상이나 혁신 투자도 위축되죠.
금융 쪽으로 보면 더 큰 문제가 생겨요. 부채의 실질 부담이 커진다는 점이에요. 물가가 내려가면 돈의 가치가 오르니까, 똑같은 금액의 빚이라도 실질적으로 더 무겁게 느껴져요. 가계나 기업이 빚을 갚느라 소비와 투자를 줄이면, 경기 위축은 더 깊어집니다. 이게 바로 디플레이션이 ‘부채 디플레이션’으로 이어지는 경로예요.
또 하나, 중앙은행이 금리를 낮춰도 이미 금리가 거의 0에 가깝다면 추가 부양이 어렵습니다. 이걸 유동성 함정이라고 하죠. 돈을 아무리 풀어도 사람들이 쓰지 않으니, 통화정책이 힘을 잃어요. 일본이 1990년대 이후 장기간 디플레이션에 시달린 이유도 여기에 있었어요.
결국 디플레이션은 단순한 물가 하락이 아니라, 소비 심리를 얼어붙게 만들고, 부채 부담을 늘리고, 기업 활동을 위축시키는 복합적인 문제예요. 그래서 중앙은행들은 인플레이션보다 디플레이션을 더 두려워합니다. 완만한 물가 상승이 오히려 경제엔 더 건강한 환경이 되기 때문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