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차대조표는 기업의 재무상태를 한눈에 보여주는 중요한 보고서지만, 회계정책이나 규제의 변화에 따라 그 모습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런 변화를 ‘왜곡’이라고 표현하는 이유는, 실제 기업의 경제적 실질이 그대로 반영되지 못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에요.
예를 들어 회계정책이 바뀌면 자산이나 부채를 인식하는 기준 자체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감가상각 방법이 정액법에서 정률법으로 바뀌면 같은 자산이라도 장부에 남는 금액이 달라지고, 그 결과 대차대조표의 자산총액이 변해버립니다. 기업의 재무상태가 변한 게 아니라, 단지 계산 방식이 달라졌을 뿐인데도 숫자는 완전히 달라질 수 있죠.
또한 규제 변화로 회계기준이 수정될 때도 비슷한 일이 생깁니다. 예를 들어 국제회계기준(IFRS)에서 리스 회계 처리 방법이 바뀌면서, 예전에는 부외항목이던 리스부채가 이제는 부채로 잡히게 되었습니다. 갑자기 부채가 늘어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기업이 더 빚을 진 건 아니에요. 단지 규정이 달라져서 표시 방식이 달라진 거죠.
그리고 금융상품 평가 기준이나 충당금 설정 방식, 자산의 공정가치 측정 기준이 바뀌면, 시장 상황에 따라 자산가치가 크게 출렁이기도 합니다. 이런 변화들은 기업이 뭔가 잘못해서가 아니라, 회계 제도나 규제의 방향이 달라지면서 생기는 구조적인 왜곡이에요.
결국 대차대조표는 회계정책과 규제라는 ‘틀’ 안에서 작성되는 문서이기 때문에, 숫자 그 자체보다는 그 뒤에 있는 정책과 기준을 함께 봐야 기업의 진짜 재무상태를 읽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