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를 쓰다 보면 갑자기 느려졌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는데, 그럴 때 작업 관리자 열어보면 메모리 사용량이 거의 꽉 차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게 단순히 숫자가 높아서 기분 탓으로 느껴지는 게 아니라, 실제로 컴퓨터가 일하는 방식이 바뀌기 때문에 체감 속도가 확 떨어집니다.
컴퓨터에서 메모리는 책상 같은 역할을 합니다. 지금 당장 쓰는 자료를 올려두는 공간인데, 이 책상이 넓으면 필요한 걸 바로바로 집어 쓸 수 있습니다. 그런데 메모리가 꽉 차면 책상이 부족해지고, 컴퓨터는 어쩔 수 없이 다른 장소를 쓰게 됩니다. 그게 바로 저장장치입니다. 문제는 이 저장장치가 메모리에 비해 훨씬 느리다는 점입니다.
메모리가 부족해지면 컴퓨터는 일부 데이터를 하드디스크나 SSD로 옮겨서 임시로 사용합니다. 이걸 가상 메모리라고 부르는데, 원래 빠르게 처리해야 할 작업을 느린 통로로 우회시키는 셈입니다. 그래서 프로그램을 전환할 때 버벅거리거나, 창 하나 여는 데도 묘하게 딜레이가 생깁니다. 사용자는 이걸 “전체적으로 느려졌다”라고 느끼게 됩니다.
또 하나 체감이 커지는 이유는 멀티태스킹입니다. 요즘은 브라우저 탭 몇 개만 열어도 메모리를 많이 씁니다. 여기에 문서 작업, 메신저, 음악까지 같이 돌리면, 메모리가 계속 부족한 상태로 유지됩니다. 이 상황에서는 새로운 작업을 할 때마다 기존 작업 일부를 밀어내야 해서, 계속 왔다 갔다 하는 과정이 반복됩니다. 이게 쌓이면 체감 속도가 크게 떨어집니다.
CPU나 그래픽 성능이 충분해도 메모리가 발목을 잡는 경우도 많습니다. 계산은 빠르게 할 수 있는데, 재료를 꺼내오는 시간이 오래 걸리는 구조가 되는 겁니다. 그래서 사양상으로는 나쁘지 않은 컴퓨터인데도, 실제로 쓰면 답답하게 느껴지는 상황이 생깁니다.
심리적인 요소도 약간 있습니다. 클릭했는데 바로 반응이 없거나, 창이 한 박자 늦게 뜨는 경험이 반복되면, 사람은 전체가 느려졌다고 인식합니다. 메모리 부족은 이런 작은 지연을 계속 만들어내는 원인이라서 체감이 더 크게 다가옵니다.
결국 메모리 사용량이 많아질수록 컴퓨터는 빠른 길 대신 느린 길을 쓰게 되고, 그 차이가 사용자 입장에서는 확실한 답답함으로 느껴집니다. 그래서 메모리는 용량이 많을수록 좋다는 말이 나오는 거고, 불필요한 프로그램을 줄이는 것만으로도 체감 속도가 확 달라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