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루트는 도시 전체가 역사 박물관 같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시간의 층이 켜켜이 쌓인 매력이 가득한 곳이에요. 전쟁과 재건을 반복했지만, 그 속에서도 문화와 예술은 끊임없이 숨 쉬고 있죠. 여행 중 잠시라도 그 흐름을 느끼고 싶다면, 꼭 들러야 할 유적지와 문화 공간들이 있습니다.
첫 번째로 추천드리고 싶은 곳은 로마 시대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로마 욕장 유적지’입니다. 시내 한복판에서 로마 목욕탕의 구조를 그대로 볼 수 있는 장소인데요, 유리 바닥을 통해 아래 유적을 내려다보며 과거의 삶을 상상해볼 수 있어요. 규모는 크지 않지만, 그 안에 담긴 시간은 깊습니다.
그다음은 ‘무함마드 알 아민 모스크’. 베이루트를 대표하는 이슬람 건축물로, 파란 돔과 우뚝 솟은 미나렛이 인상적이에요. 낮에도 아름답지만, 해질 무렵 금빛 조명이 들어올 때의 모습은 정말 황홀하죠. 종교를 떠나 건축적 아름다움과 평온함을 느끼기에 충분한 공간이에요.
문화적인 감성을 채우고 싶다면 ‘Sursock Museum’을 추천드려요. 20세기 현대미술 작품을 중심으로 한 전시들이 자주 열리는 이곳은, 아르누보 양식의 건물 자체도 매우 아름답습니다.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예술작품을 감상하고, 정원 앞 카페에 앉아 잠시 여유를 즐겨보시는 것도 좋습니다.
시간이 조금 더 여유로우시다면, 바닷가 절벽에 위치한 ‘라와셰 바위(Pigeon Rocks)’도 꼭 가보셔야 해요. 해가 질 무렵, 주홍빛으로 물드는 지중해를 배경으로 한 절벽과 바위의 풍경은 사진으로는 담기지 않는 감동을 줍니다. 근처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며 풍경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이 도시의 정서를 느낄 수 있어요.
베이루트는 단순히 보는 도시가 아니라, 걷고 멈추고 숨 쉬며 시간을 함께해야 진짜 그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도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