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귀비는 꽃 자체만 보면 참 곱고 부드러운 인상인데, 알고 보면 꽤 복잡한 사연을 가진 식물입니다. 어떤 건 가까이에서 가꿀 수 있고, 어떤 건 눈으로만 봐야 하죠. 이름은 같지만 성격은 전혀 다른 종류들이 공존하고 있습니다.
먼저 아편양귀비가 있습니다. 말 그대로 아편의 원료가 되는 식물로, 진통제의 주성분이 이 꽃에서 나옵니다. 하지만 그만큼 위험하기도 해서, 국내에서는 재배가 법으로 금지되어 있어요. 꽃은 연보라색이나 흰색 계열이 많고, 중심에 동그란 씨방이 두드러져 있습니다. 일반인이 볼 기회는 거의 없지만, 사진으로 접할 때도 어딘가 무게감이 느껴지는 꽃입니다.
그에 비해 개양귀비는 비교적 가볍고 친숙한 느낌이에요. 들판이나 화단에 자주 피는 종류로, 붉은 꽃잎에 중앙이 짙은 자주빛으로 물든 게 특징입니다. 바람이 불면 꽃잎이 날리듯 흔들리는 모습이 참 인상적입니다. 관상용으로 흔히 심고 키울 수 있는 품종이라, 봄이 되면 쉽게 만나볼 수 있는 꽃 중 하나입니다.
조금 더 특별한 종류로는 히말라야 블루 양귀비가 있습니다. 말 그대로 히말라야 고산지대에서 자라는 파란 양귀비인데, 국내에선 거의 볼 수 없는 희귀종입니다. 고운 청색 꽃잎은 실물로 보면 숨이 멎을 정도로 아름답다고 하더라고요. 다만 서늘하고 습한 기후에서만 자라기 때문에 국내 기후에서는 재배가 어렵습니다.
그 밖에도 요즘은 겹꽃 형태의 양귀비도 많습니다. 꽃잎이 여러 겹으로 겹쳐져 있어서 풍성하게 보이고, 색도 분홍, 주황, 보라 등 다양합니다. 원예적으로 개량된 이 품종들은 꽃 자체의 아름다움을 위해 만들어진 것들이죠. 키우는 재미도 있고, 꽃 피는 시기의 만족도도 높아서 정원용으로 꽤 인기입니다.
양귀비는 단순히 예쁘다, 위험하다로만 나눌 수 있는 꽃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꽃을 보고 감탄하는 동시에, 그것이 가진 이야기까지 함께 떠올리게 만드는 그런 식물입니다. 그래서 더 오래 기억에 남는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