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 연장에 대한 논의는 단순히 나이를 몇 살까지 일하게 할 것이냐의 문제가 아닙니다. 인구 구조, 고용시장, 기업 운영, 개인의 삶까지 얽혀 있어서 찬성과 반대 입장이 첨예하게 나뉘는 주제입니다.
찬성하는 쪽에서는 먼저 인구 감소 문제를 이야기합니다. 젊은 인구는 줄고 있지만 건강한 고령 인구는 늘고 있습니다. 일할 수 있는 사람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숙련된 중·장년 인력을 조금 더 오래 활용하자는 것이 정년 연장의 기본 논리입니다. 실제로 생산현장이나 전문 기술직에선 이들의 공백을 메우기가 쉽지 않다는 말도 나오고요.
또 하나는 개인의 생계 문제입니다. 기대수명은 계속 길어지는데, 정년은 그대로이니 은퇴 후 준비되지 않은 노후가 길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국민연금이나 퇴직금만으로는 생활이 부족한 경우가 많고, 현실적으로 일정 수준의 소득을 더 유지해야 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일을 원하지만 나이 때문에 일을 그만둬야 하는 상황이 억울하다는 이야기도 많습니다.
반면, 반대하는 쪽에서는 청년 고용을 가장 우려합니다. 자리가 안 비니까 새로운 인력을 뽑기 어렵다는 거죠. 기업이 정년 연장된 인력에 인건비를 쓰게 되면 자연스럽게 청년층 채용 여력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지적입니다.
그리고 인건비 부담 문제도 큽니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근속이 길수록 임금이 높아지는 구조에서는 정년이 길어질수록 인건비는 눈에 띄게 늘어납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고, 생산성과 무관하게 고임금을 주는 비효율도 생길 수 있습니다.
정리하자면, 정년 연장은 고령 인구의 삶을 안정시키고 경험 인력을 보존한다는 측면에선 의미가 있지만, 청년 고용 축소나 인건비 부담 같은 현실적인 문제도 동시에 안고 있습니다. 그래서 단순히 ‘연장하자’ 혹은 ‘그대로 두자’로는 결론을 내리기 어렵고, 임금체계 개편이나 직무 재설계 같은 제도적 보완과 함께 다뤄져야 하는 문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