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블렌 효과라는 말, 한 번쯤 들어보셨을 거예요. 이름이 조금 낯설긴 하지만, 생각보다 우리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현상이에요. 쉽게 말하면 비쌀수록 더 사고 싶어지는 마음, 그게 바로 베블렌 효과예요. 가격이 오르면 수요가 줄어드는 게 일반적인데, 이 경우엔 반대로 가격이 높을수록 오히려 더 사고 싶어지는 거죠. 이유는 간단해요. 그 물건을 갖는다는 게 단순히 ‘사용’이 아니라 ‘나의 수준’을 보여주는 일이 되니까요.
이건 명품 브랜드에서 특히 두드러지게 나타나요. 가방 하나가 몇백만 원, 시계 하나가 자동차 값만큼 하는데도 사람들은 그걸 삽니다. 제품의 기능보다 그걸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주는 만족감, 그리고 남들이 부러워하는 시선이 더 중요하게 작용하니까요. 그래서 베블렌 효과는 단순한 소비 현상이 아니라 사회적 위치나 자존감, 심리적인 요인까지 엮여 있는 복합적인 개념이에요.
브랜드 입장에선 이게 마케팅 전략의 핵심이 될 수도 있습니다. 가격 자체가 브랜드의 상징이 되니까요. 싼 제품을 많이 파는 대신, 비싸게 팔면서 희소성과 프리미엄 이미지를 유지하는 방식이에요. 이런 브랜드는 절대 세일 같은 걸 자주 하지 않아요. 오히려 가격을 높이고, 한정판을 내고, 유명 인사나 특정 계층만 쓸 수 있게 설정해서 희소한 이미지를 만듭니다. 그게 곧 브랜드 가치가 되니까요.
요즘은 이게 물리적인 제품을 넘어서 디지털 상품에도 적용되고 있어요. 온라인 강의나 멤버십 서비스에서도 ‘비싸야 더 가치 있어 보인다’는 인식이 생기기도 하죠. 저렴한 강의보다 비싼 강의가 더 신뢰감 있고, ‘이건 진짜다’ 하는 느낌을 주는 식이에요. 결국 소비자는 단순히 효용만 보는 게 아니라, 그걸 구매함으로써 얻는 심리적인 만족감까지 고려하고 있다는 거예요.
하지만 베블렌 효과가 항상 좋은 건 아니에요. 너무 가격만 높이고 실질적인 가치가 따라오지 않으면 금세 신뢰를 잃어요. 한 번 ‘껍데기뿐이다’라는 인식이 생기면 회복하기 어렵죠. 또 요즘은 과시 소비를 부담스럽게 느끼는 세대도 늘고 있어서, 무조건 고가 전략이 통하는 시대는 아니에요. 오히려 진정성, 지속 가능성 같은 키워드가 중요해지고 있죠.
결국 브랜드가 베블렌 효과를 이용하려면 균형이 필요합니다. 단순히 비싸게만 파는 게 아니라, 그 가격이 납득될 만한 스토리와 경험을 함께 만들어야 해요. 그래야 ‘비싸도 살 만한 이유’가 생기거든요. 소비자는 그 이유를 사는 거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