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보하라는 말이 처음 나왔을 땐 그저 귀여운 유행어 같았어요. 아무것도 보지 않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하루. 그런데 2025년이 되면서 이 단어가 사람들의 생활 깊숙한 곳까지 들어오기 시작했어요. SNS에 뭔가 올려야 한다는 강박도, 매일을 의미 있게 보내야 한다는 조바심도 조금씩 내려놓고, 그냥 조용하고 무던한 하루를 소중하게 여기려는 분위기가 확실히 퍼지고 있어요.
예전엔 ‘소확행’이라며 작은 사치를 소비했잖아요. 근데 이제는 그 사치조차도 부담스러워진 사람들이 많아요. 꼭 뭘 하지 않아도 되는 하루, 보여주지 않아도 되는 하루, 그런 시간이 필요한 거죠. 그리고 그게 요즘엔 당당한 태도가 되어가고 있어요. 특별함을 쫓기보다 평범함을 지키는 게 더 어렵다는 걸 이제는 다들 좀 느끼는 것 같아요.
몸과 마음 챙기는 방식도 바뀌었어요. 격한 운동이나 번아웃을 유발하는 루틴 말고, 그냥 맨몸 스트레칭하고 조금 걷고, 햇볕 받으며 멍하니 있는 것도 하나의 건강 루틴이 된 거죠. 이런 흐름을 ‘아보하 건강법’이라고도 부르더라고요. 뭔가를 하지 않는 게 오히려 내 몸에 더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걸 받아들이기 시작한 거예요.
소비도 그렇죠. 플렉스 하는 문화가 한풀 꺾이고 나니, 요즘은 집에서 편하게 먹는 한 끼, 내 손에 익은 텀블러 하나, 오래 입은 티셔츠 같은 게 더 좋아지는 거예요. 예쁘고 비싼 것보다 내 일상에 잘 스며드는 게 더 소중하게 느껴지는 거죠. 괜히 무언가 자꾸 사려고 하지 않고, 그냥 지금 가진 것들을 좀 더 느끼려는 흐름이에요.
무엇보다 마음이 좀 덜 복잡해졌으면 하는 바람이 많아졌어요. 하루 종일 자극을 쫓고 피드에 매달려 살던 때보다, 지금은 그걸 내려놓고 조용히 흘러가는 하루를 붙잡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 같아요. 누군가는 그걸 도파밍 피로라고도 하더라고요. 계속 강한 자극을 받아야만 재미있고 살아 있는 느낌이 드는 상태요. 아보하는 거기서 탈출하는 방법 중 하나일지도 몰라요.
결국 아보하는 단순한 유행어가 아니라 지금 이 시대 사람들의 진짜 마음을 보여주는 키워드 같아요. 특별함보다 평범함, 과시보다 여백, 바쁨보다 멍함. 이런 것들이 이제는 부끄럽지 않고, 오히려 필요한 삶의 방식이 됐다는 게 참 반가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