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약꽃은 피어나는 순간부터 시선을 확 잡아끄는 힘이 있는 꽃입니다. 봉오리가 터질 듯 말 듯 망설이다가, 어느 날 아침에 활짝 터지면 그 부드러운 곡선과 풍성한 꽃잎이 정말 한 편의 그림 같아요.
작약의 대표적인 꽃말은 ‘수줍음’입니다. 활짝 피기까지 시간이 조금 걸리는 그 특유의 개화 과정 때문인지, 마음을 쉽게 열지 않는 고운 사람의 모습을 닮았다는 이야기도 있어요. 그래서인지 옛사람들은 작약을 볼 때마다, 말 못 하고 망설이는 첫 마음을 떠올렸다고도 합니다.
또한 작약은 ‘부귀’와 ‘명예’라는 의미도 함께 갖고 있어요. 이는 중국이나 일본에서도 마찬가지로 여겨졌고, 작약은 특히 동양권에서 부귀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꽃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실제로 조선시대 화병이나 자수, 궁중 장식에서도 작약은 자주 등장했는데요, 단순히 예쁘다는 이유만이 아니라, 그 꽃이 가진 기운 자체를 귀하게 본 거죠.
서양에서도 작약은 결혼식 부케에 자주 쓰입니다. 사랑의 완성, 가정의 평안 같은 의미를 담고 있어서예요. 작약 한 다발은 단순한 꽃다발 그 이상입니다. 그 안엔 따뜻함, 고백, 바람, 그리고 약간의 긴장이 섞여 있죠.
재미있는 건 작약과 비슷하게 생긴 꽃 중에 모란이 있는데요, 모란은 나무에서 자라고, 작약은 뿌리에서 자라나는 초본입니다. 꽃이 피는 시기도 거의 비슷해서 가끔 헷갈리기도 하지만, 둘을 비교해보면 작약이 좀 더 여리고 부드러운 인상을 주는 것 같아요.
작약을 가까이 두고 있으면, 괜히 마음이 차분해지고 부드러워지는 느낌이 듭니다. 한껏 피어날 때의 화려함도 좋지만, 막 피어오르기 전의 그 조용한 긴장감까지도 이 꽃의 매력 중 하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