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의보감의 처방 원칙은 단순히 오래된 전통이라는 말로는 설명이 부족할 정도로, 지금의 한의학에서도 여전히 기본 뼈대처럼 작용하고 있습니다. 물론 시대가 달라지면서 일부 방식은 변형되거나 과학적으로 재해석되기도 했지만, 그 안에 담긴 핵심 철학은 여전히 같은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고 느껴집니다.
무엇보다 동의보감은 병이라는 걸 하나의 증상만 보고 해결하려 하지 않았습니다. 겉으로 보이는 증상만 보는 게 아니라, 몸 전체의 흐름과 균형, 생활 방식까지 함께 보는 시각이 기본에 깔려 있습니다. 병이 생긴 원인도 중요하지만, 그 사람이 어떤 체질인지, 생활이 어떻게 흐르고 있는지도 함께 보는 구조입니다. 단순히 감기약을 주는 식이 아니라, 왜 감기에 자주 걸리는지까지 파고드는 태도라고 해야 할까요.
이런 방식은 지금 한의원에서 이뤄지는 진료랑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물론 현대 한의학은 과학적 분석이나 연구자료도 함께 참고하지만, 환자 개인의 체질이나 상태에 따라 약재를 조합하는 기본 원리는 동의보감에서 그대로 이어져 오는 겁니다. 실제로 군신좌사라는 약재 배열 원칙도 지금까지도 많이 쓰이고 있고요. 중심 약재, 보조 약재, 조율 역할, 부작용 억제 역할이 명확히 구분되도록 설계하는 방식입니다.
동의보감은 또 양생을 굉장히 강조했습니다. 병을 치료하는 것 못지않게, 병이 나지 않도록 삶의 균형을 잡아주는 걸 중요하게 봤습니다. 잘 먹고, 잘 자고, 마음을 편히 갖는 것 같은 기본적인 것들이 병을 막는 데 있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려주는 대목이죠. 이 부분도 현대 한의학과 맞닿아 있는 부분입니다. 약만 주는 게 아니라 생활습관과 식이요법, 마음가짐까지 함께 안내하는 게 지금의 한의원 모습이기도 하니까요.
다만 지금과 동의보감이 완전히 같다고 말하긴 어렵습니다. 동의보감은 아무래도 옛 기록이라 요즘처럼 실험이나 임상 근거에 의존하진 않았습니다. 그래서 일부 약재나 표현은 현재의 본초학 기준과 다를 수 있고, 그런 부분은 현대 한의학에서 다시 정리하고 다듬어야 할 영역입니다. 또, 지금처럼 세균이나 바이러스에 대한 과학적 설명이 있던 시절은 아니었기 때문에 병의 원인을 해석하는 방식에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의보감의 기본 처방 원칙은 여전히 살아 있습니다. 병을 고치는 것만이 아니라, 몸 전체의 조화를 통해 스스로 치유할 수 있게 만드는 방식. 이 철학은 지금의 한의학에서도 여전히 유효하고,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가치가 있는 방향입니다.